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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일상

나를 울게 펑펑 만든 길냥이

by 택시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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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모는 형제 고양이가 하나 있는데요. 지금은 저희 집에서 집냥이가 된 '하나'라는 고양이입니다.

어느 날부터 숯 창고 앞에 똥이 있더라고요. 아주 작은 똥.. 그리고 희미한 야옹 소리..
네 맞습니다, 슬쩍 들쳐보니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어미에게 버려져 있었습니다.
눈병도 잔뜩 걸려 있었고 감기가 든 건지 콧물도 잔뜩 묻어 있더라고요.

자 여기서! 아이들 이름이 왜 모모. 하나일까요?
아이들을 데려갔을 때 3개월쯤 됐을 거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대충 계산해보니 제 생일과 비슷했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와 비슷한 복숭아꽃이라는 뜻으로, 일본어로 하면
모모 하나라서 모모, 하나라고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별거 아니죠? 하하 그냥 내 생일쯤 태어난 너희는 특별한 인연인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다행히 치료도 받고 아이들 집도 다시 만들고 습식과 간식과 건식과 몽땅 다 주고 모래 화장실도 만들어주었죠.
수시로 아이들을 살폈습니다.
여기는 전기난로를 연결할 콘센트가 없어서 두 시간에 한 번은 핫팩을 갈아줘야 했어요.

아이들은 금방 회복했고 가게 뒷 테라스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중성화 수술도 무사히 마쳤고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과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악질을 하며 난리 쳤던 녀석들이었지만 자주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밥을 주니 지나갈 때 엉덩이 톡톡 정도는 허락해주더라고요.

봉지에 숨은 모모

점점 장난기도 많아지고 잘 크고 있었습니다.

한순간이었습니다. 모모가 밥을 안 먹은 지 삼일째만에 모모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밥을 안 먹은 지 이틀째 되는 날 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힘없이 누워있는 모모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이미 범백이 걸린 상태이고 가망이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데리고 다시 바로 갔더니 다른 아이들은 걸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어디서 범백이 옮겨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오히려 여기는 아기 고양이들이 많이 입원해있으니
범백이 옮을 수 있으니 입원은 안된다고 오히려 거절하시더라고요.

결국 모모를 입원조차도 시켜보지 못한 채 데려와야 했습니다.

하.. 정말 슬프더라고요..
그렇게 모모를 데리고 가게에 돌아와 설탕물을 주사기에 넣어 먹여 보았지만
모모는 설탕물조차 삼키기 힘들어했습니다.

평소에 너무 하악질이 심해서 한 번쯤 안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했던 모모였는데
이런 식으로 모모를 안게 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정말 뚝뚝 났습니다.
모모를 가장 푹신하고 따듯한 곳에 눕혀놓고 계속 바라봤습니다..
꿈뻑꿈뻑 눈만 움직이는 모모를 보고 있자니 제가 이렇게 무력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모모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길냥이를 떠나보냈고 어릴 때부터 돌봐온 첫 아이들이라 상처는 너무 컸죠.
며칠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습니다.

주위의 어떤 사람은 "그저 길고양이 한 마리 죽은 거잖아"라는 말도 하더군요.
맞아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길에서 사는 고양이가 한 마리가 죽은 거죠.
근데 전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미리 알지 못해서, 그 아이를 떠나보낸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죠.
모모의 빈자리는 꽤 컸습니다.
하나도 모모가 없어지고 한동안 모모를 찾는 소리를 계속 내며 돌아다녔죠.

지금쯤 우리 모모는 어디에 있을까요?
무지개다리를 건너 거기서는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요?
7개월밖에 안됐는데.. 사람 나이로 쳐도 너무 어린 나이인데..
너무 순식간에 가버린 모모
모모 사진을 오랜만에 열어보니 모모 생각이 많이 나네요.

모모야, 거기선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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